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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모바일

중고폰 가격 공시 제도를 만든다고?

오늘 네이버에 어이 없는 뉴스가 하나 떴습니다.


[단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어떤 것인가 봤더니 바로 이런 제목입니다.


"[단독] 정부, 중고폰 가격 공시 제도 만든다"


중고폰 가격 공시 제도라는 키워드를 보니 불현듯 헛웃음이 나오면서 기사를 클릭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운영을 위해 이것저것 많은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 반 우려 반이 섞여 있었으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과연 중고폰 가격 공시 제도라는 것은 무엇이고 이걸 왜 만드는 것일까요? 


중고폰 가격 공시 제도



중고폰 가격 공시 제도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통해 중고폰 시세를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중고폰도 시세를 공인된 시세를 공개해서 이보다 더 비싸게 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과 매매 활성화를 통해 가계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의도입니다.


참으로 그럴듯한 제도입니다. 현재의 중고폰 시세는 파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고 별도로 공시되어 있는 곳이 없어 이 매물이 싼 것인지 비싼 것인지 잘 모르니 그 기준을 잡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중고 시세는 어떻게 정하나?


(사진출처 : 아시아경제)


중고 물품 거래를 해 보신 분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중고 가격은 어떻게 결정하나?"


그렇죠? 중고라도 상태나 패키지 구성에 따라 시세가 다 다릅니다. 스마트폰은 크기가 작더라도 나름 고가의 제품이고 항상 휴대하고 다니다 보니 외관도 제각각이라 시세를 결정하기 힘듭니다.


액정 파손되거나 스크래치가 난 것, 찍힘이나 긁힌 부분이 있는 것, 이어폰을 사용한 것 아니면 분실한 것, 박스 패키지가 있는 것 없는 것 등.. 수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이것들을 전부 구분해서 시세를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 많은 모델을 전부 공시한다고?


(사진 출처 : 뉴데일리)


국내 유통되는 스마트폰은 몇 종류나 될까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2013년 이후 출시된 모델들도 지금까지 거래가 되고 있을 것입니다.


한 70~80종이 될까요? 삼성전자에서 매년 내놓는 모델은 갤럭시 S 시리즈 4종(용량별), 갤럭시 노트 시리즈 2종, 갤럭시 J시리즈 3종, 갤럭시 A 시리즈 3종입니다. 이것만 해도 14종이네요. 2014년부터 계산해도 64종입니다.


LG전자도 이와 비슷할 것이고 여기에 애플도 있고 화웨이나 샤오미 등 외산 폰 등도 있습니다. 그럼 현재 거래되고 있는 중고 스마트폰은 100여 종이 넘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중고폰은 '단종' 개념이 없기 때문에 라이프타임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거래가 될테니 몇년 만 지나면 셀 수도 없을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것을 상태에 따라 A/B/C 급으로만 나눠도 다시 3배로 늘어나니 수 천 종이 될 것이고, 또한 시간이 지나면 감가상각이 되면서 계속 가격은 떨어지게 되는데 매번 업데이트를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데이터베이스 화 한다고요? 정부에서? 과연 가능할까요?


단말기 자급제 시장 활성화?




중고폰 가격 공시 제도를 하면 단말기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 된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사람들이 중고폰 시세를 몰라서 자급제 시장이 비활성화 된다고 생각한다면 탁상행정일 뿐입니다. 당장 해외에서 폰 하나 사도 고객센터나 대리점 가서 등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무슨 자급제 시장 활성화를 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단말기 자급제 시장 활성화를 원한다면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완전 분리부터 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통신비 인하와는 상관 없습니다. 그렇게 무시하는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은 안 하고 있습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 국장이 한 "중고폰 거래 활성화도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라는 발언은 마치 돈 없으면 중고폰 사서 쓰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뭔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시장 경제는 그냥 가만히 놔두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제2의 단통법이 될까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