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지원금 상향제 폐지에 대한 오해 (단통법 폐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일명 단통법)이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이후 국내 휴대폰 시장은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법 덕분에 모든 사람이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했고, 오히려 판매 장려를 위해 제공됐던 리베이트는 '불법 보조금'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또한 기존에 없던 위약금이 생겨 알게 모르게 소비자들의 피해도 가중됐습니다.

시행 3년이 된 지금, 당시 일몰법(특정 기간이 되면 사라지는 법)으로 한시적 시행하기로 했던 '지원금 상향 제도'가 지난 9월 30일 폐지됐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단통법이 폐지 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제는 휴대폰 구매 시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생각하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단말기 지원금 상향 제도란

단말기 지원금 상향 제도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에서 지급하는 지원금(공시지원금)에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대상은 출시된 지 15개월이 안 된 비교적 신제품들이 여기에 포함이 되며, 15개월이 지난 스마트폰은 최대 33만원이라는 제한에 구애 받지 않고 출고가까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70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합법적 대란의 예)

간혹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 '대란'이라 부르며 한철 지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거의 0원에 가깝게 판다는 글 들이 올라오곤 합니다. 물론 '대란' 중에는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불법 지원금 소식도 있지만, 합법적인 '대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합법적인 대란이 바로 출시 15개월이 지나 지원금 상향 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40~5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제공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단통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네, 단통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통법 내부 조항 중 '단말기 지원금 상향 제도'만 폐지된 것으로 나머지는 전부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은 모두 각 이동통신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야 하고 전국 모든 판매점들은 이 지원금에 따라랴 합니다. 그리고 약정 기간 내 해지할 때는 기존에 받았던 지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약금 형태로 내는 것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그러므로 단말기 지원금 상향 제도가 없어졌다 하더라도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지원금이 대폭 상승하지는 않습니다.

상향 제한이 없어졌으니 지원금이 많아지는 것 아닌가요?

맞는 말입니다. 이제 막 출시된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8이나 LG V30도 출고가 수준까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단, 출고가 이상의 지원금은 제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원금을 그렇게 제공하게 되면 이동통신사는 파산합니다. 그리고 제조사도 문 닫게 됩니다. 이 공시지원금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함께 제공하는 것인데요. 만약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출고가에 가까운 지원금을 주게 된다면 하위 모델은 전멸하게 될겁니다.

(지원금 다 퍼주면 저 이익금 이상의 손해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무리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인해 이동통신사 역시 바로 적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어느 한 회사가 막대한 지원금을 풀게 되면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똑같이 비용을 써야 합니다.

결국은 제로썸 게임이 되고 가입자 변동은 없으면서 비용만 천문학적으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맹점이 있습니다.

지원금 상향제가 없어졌다는 것이지 이동통신사에서 그렇게 준다고는 안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기존에도 합법적인 대란은 매일 터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지원금을 더 많이 줄 수 있다는 것이지 주기 싫으면 안 줘도 그만인 것입니다. 최저 지원금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최대 지원금의 제한만 풀렸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지원금 상향제 폐지 이후 33만원 이상을 제공한 단말기는 KT의 갤럭시 J5 2017 한 종류 밖에 없습니다.

상향 제한이 없으니 일선 판매점에서 올려 줄 수 있지 않나요?

이 부분이 가장 많은 오해를 낳는 부분인 듯 합니다.

절대 그렇게 못합니다. 단통법이 유효한 이상 그건 불가능한데요. 단통법 취지를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보조금으로 불리는 단말기 지원금이 차별적이고 불투명하게 지급되면서 혼탁해진 통신 시장 유통 구조를 개선

둘째, 이용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복잡한 제약구조 탓에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이용자 기만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

여기에서 첫 번째 취지를 보면, '차별'과 '불투명한 지급'을 막겠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 판매점이 개별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원금 상향 제도가 없어졌다 하더라도 기존과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각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 규모는 꼭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를 하고 모든 판매점들이 이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더 줄 수도 없고 덜 줄 수도 없습니다. 아, 대리점에서 지원금의 15%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공시지원금이 10만원이라면 대리점에서는 15,000원을 합법적으로 더 제공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똑같이 지원금을 받아야 하고 투명해야 하므로 '공시'지원금이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단통법은 폐지 되지 않았습니다.

2. 단말기 지원금 상향 제도는 9월 30일 폐지

3. 지원금은 각 이통사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모든 판매점이 준수 (임의로 추가 제공은 불법)

4. 15개월 이전 단말기도 33만원 이상 지원금 제공 가능(가능만 할 뿐 그 이하로 줘도 상관 없음)

단통법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시고, 가급적이면 공시지원금보다는 선택약정할인 25%를 챙기시는 것이 유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