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모바일

삼성전자, 결국 애플에 시장 점유율 추월,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오늘 오후에 뜬 뉴스들입니다.


2011년부터 줄곧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유지하던 삼성전자가 결국은 애플에게 0.1%p 차이로 밀리면서 2016년 4분기 시장 점유율에서 2위로 내려 앉았다는 뉴스입니다.


물론 이것은 2016년 전체 시장을 놓고 본 데이터는 아니며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이하 SA)의 조사결과만을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로 이런 조사 결과를 내놓은 곳은 SA 외에도 많기 때문에 여기 한 곳의 데이터만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도 약간은 유난스럽다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래도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한 번 들여다 봤습니다.


<SA에서 발표한 2016. Q4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이 데이터를 잘 보면 2개의 표로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표는 각 제조사별 출하량이고 두 번째 표는 시장점유율입니다.


두 개의 표를 보면 이번 기사가 뜬 이유를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갤럭시노트7 발화'로 인한 리콜과 판매금지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갤럭시노트7 때문일까요? 갤럭시노트7이 건재했다면 삼성과 애플 시장 점유율이 달라졌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드리기 위해 먼저 첫 번째 표를 보겠습니다.


<시장 출하량>


시장 출하량이라는 것은 판매량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공장에서 찍어낸 뒤 대리점으로 내 보낸 양을 말합니다. 이 물량이 다 판매가 되어 있든 창고에 남아있든 그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를 뜻하는 것입니다.


2015년 4분기 데이터와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는 2016년 4분기에는 약 380만 대가 적은 양을 출하했습니다. 월간 약 120만 대 넘는 수량이죠. 갤럭시노트7 초기 판매량이 적용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것을 감안해도 상당히 많은 양이 줄어든 것입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7을 9월부터 출시한 이래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부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출하량이 늘어날 때 입니다. 더구나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으로 딱히 신제품이 없던 때와 맞물리면서 출하량은 350만 대가 전년 분기 대비 늘었습니다.


하지만 애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 3인방인 화웨이/오포/비보입니다. 세 회사가 합쳐서 무려 3930만 대나 늘었습니다. 삼성과 애플이 서로 주고 받을 때 중국 3인방은 커진 스마트폰 시장을 독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Others의 시장까지 잠식을 한거죠.


그런데도 국내 포털 뉴스 보면 '짱개폰을 누가 쓰냐, 거져 줘도 안 쓴다', '중국산 폰은 구리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시장 점유율>


시장점유율은 출하량과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퍼센트로 보이니까 더욱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삼성전자는 전년 같은 분기 대비 무려 2.5%p가 날아갔습니다. 뉴스에서는 애플이 삼성 이겼다고 난리났다며 좋아하죠? 그러니까 애플은 반대로 시장 점유율이 확 올라갔을 것 같죠? 천만의 말씀입니다.


애플도 시장 점유율은 0.8%p가 떨어졌습니다. 그럼 누가 올랐을까요? 바로 중국 3인방입니다. 화웨이는 8.1%에서 무려 2.1%p 오른 10.2%이며 오포는 3.7%에서 3%p나 오른 6.7%, 비보 역시 3.3%에서 2.5%p 오른 5.8%로 3개 회사는 전년 같은 분기 대비 8.4%p나 올랐습니다.


LG전자가 속한 Others 그룹은 무려 4.5%p나 빠졌네요.


그럼 2016년 전체 시장 점유율을 보겠습니다. 이전에는 2016년 4분기(10~12월)까지의 데이터입니다.


 제조사

 2015년

 2016년

 변화율

 삼성전자

 22.2%

 20.8%

 1.4%p 감소

 애플

 16.1%

 14.5%

 1.6%p 감소

 화웨이

 7.4%

 9.3%

 1.9%p 증가

 오포

 2.8%

 5.7%

 2.9%p 증가

 비보

 2.7%

 4.8%

 1.9%p 증

 Others

 48.8%

 44.9%

 3.9%p 감소

<2016년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변화. 출처 : SA>


삼성과 애플은 갈수록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고 그부분을 화웨이, 오포, 비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샤오미는 이 그룹에 끼지도 못합니다. LG전자와 함께 Others 그룹에 들어가 있죠.


물론 아직까지는 삼성전자가 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화웨이가 공언했듯, 2년 안에 애플을 따라 잡는 것도 이제는 거짓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애플이 1.6%p 떨어지고 화웨이가 1.9%p 오른다면 1년에 3.5%p씩 간격이 줄어들게 되는데, 현재 차이를 보면 5.2%p에 불과합니다. 한 7분기 정도 지나면 이 숫자도 역전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중국 스마트폰'을 얕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제조 기술이 있기 때문입니다. 칩셋이야 퀄컴이나 미디어텍에서 사면 그만이고 디자인이야 디자인그루에 맡기면 끝입니다. 엄청난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대량 생산을 하면 제조 단가에서 그들과 비교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친중국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중국 제조사들은 이제 더 이상 카피 제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리 언제든지 삼성전자의 목을 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경각심을 깨달았으면 하는 생각에 일 하다 말고 긴 글을 써 봤습니다.


재미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